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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고기 실컷 먹으면서도 혈당치는 정상에 가깝습니다. 혈당이 높아지면 곧바로
병원에서 인터넷으로 경고와 처방이 오기 때문에 걱정이 없어요.”
12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혁주(59)씨의 당화혈색소(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
정상은 4~6%) 수치는 정상인에 가깝다. 2002년 2월 이씨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8.7%로 당뇨합병증에 걸릴 위험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다. 30개월 뒤 이 수치는
6.3%로 떨어졌다. “먹은 만큼 운동으로 태워버리라”는 주치의의 말에 따라
매일 운동을 한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인터넷 당뇨 관리였다.
이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우선 혈당치를 잰 뒤 병원에서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에 기록한다.
이씨는 “처음엔 귀찮기도 했지만 혈당치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기록하게 되더라”며 “여행을 가도 인터넷에 접속해서 혈당을
기록하는 것만은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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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혁주씨가 혈당을 측정한 뒤 인터넷에 자신의 혈당수치를 입력하고 있다
- ▲ 이혁주씨가 혈당을 측정한 뒤 인터넷에 자신의 혈당수치를 입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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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한 당뇨관리가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팀이 2002년 2월부터
30개월간 80명의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온라인 당뇨관리와
외래진료를 병행한 40명은 당화혈색소가 평균 7.7%에서 6.7%로 줄어든 반면,
외래진료만 받은 그룹은 이 수치가 7.5%에서 7.4%로 큰 변화가 없었다.
또 온라인 당뇨관리를 받은 환자는 30개월간 월평균 34회 혈당측정을 했지만
외래진료만 받은 환자는 월평균 22회 측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발간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
‘당뇨병 치료(Diabetes Care)’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윤교수팀은 2001년 인터넷 당뇨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환자들이 가정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인터넷 사이트 ‘바이오당(www.biodang.com)’을
개설해 환자 별로 병력(病歷), 약물처방, 혈당수치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환자 자신이 매일 혈당을 기록하면 2주일에 한번씩 의료진이 환자 개별 페이지에
투약약물 변경이나 식습관, 운동량 등에 대한 권고를 해준다. 2004년부터는
휴대전화 SMS로도 전송해준다.
윤 교수는 “인터넷 당뇨관리가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환자들의 자발적인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혈당치가 즉시 의료진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매일 혈당 측정을 하고 더 열심히 식사조절과 운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화혈색소를 낮추는 것은 당뇨 합병증 예방에 핵심적인 요소다. 당화혈색소를
1% 낮추면 당뇨 관련 사망률은 21% 줄어든다. 또 당뇨 합병증 중 망막이나 콩팥에
찾아오는 미세혈관합병증은 37%, 심근경색은 14%, 족부궤양 등 말초혈관 합병증은 43%
감소한다.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당화혈색소를 7%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7% 이하로 유지하는 환자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가 가능함을 보여줬다”며
“당뇨뿐 아니라 고혈압, 비만 등 다른 만성질환에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면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고 사회 전체적인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현묵기자 seanc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