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숭례문(崇禮門)이여
homihomi-호미숙
아~ 숭례문이여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망연자실
검은 연기 바라보는 겨레의 침묵 앞에
이 나라의 발자취 한순간 사위였으니
뉘 탓이라 하오리까
아~ 숭례문이여
600년 역사 송두리째
화마 속으로 사그라질 때
천만의 서울 도심 한가운데
누구 하나 지켜주는 이 없었으니
이 부끄러움, 이 무관심을 어찌하오리까
아~ 숭례문이여
명색이 국보 1호, 자랑만 하였고
노숙자의 보금자리로 탈바꿈이라니
스러진 그대 앞에 무릎 꿇고
울부짖는 소리는 때늦은 외침
이 나라는 어디로 가야 하오리까
책임을 떠넘기기에 혈안 된 위정자들
민족혼마저 스스로 말살하는 작태
국화꽃 한 송이에 처절함을 바친다 한들
선조의 피맺힌 절규를 어찌하오리까
아! 숭례문(崇禮門)이여
-호미숙의 시집 속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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