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돌아 다닌 이바구들

[스크랩] [전남/순천] 순천만, 달오름(月出)을 만나다.

이혁주기자 2010. 3. 2. 23:53

순천만에서 달오름을 만나다. 

순천만생태공원

전남 순천시 대대동 162-2  /  061-749-3006(생태공원 주차장)

 

대한민국 낙조 최고의 낙조망지,

그 자리에서 달오름을 만났습니다.

뜻하지 못했던 풍경에 마냥 행복합니다.

낙조를 만나지 못한 서운함속에

잊고 있었던 정월 대보름의 보름달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길손에게,

순천만의 낙조를 맞이함은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삼세번, 그 발걸음이 단 한번의 여유로운 길이 아니었다.

한번은 너무 이르게, 한번은 간신히 도착 하였고, 그리고 오늘은 너무 늦은 걸음이었다. 이전의 두번의 걸음은 일행들과의 걸음이기에 더 분주하고 마음이 급했다. 시간에 쫓기어 설사 제 시간에 도착하여 멋진 낙조를 만난다 하여도 그를 제대로 즐길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다음의 일정에 몸과 마음이 바쁘기에 그렇다. 그리고 오늘, 오늘은 이전의 날과 다르게 길손 혼자다. 그 마음속의 여유는 게으름으로 바뀌어  해가 떨어지고 한참 후에야 그 자리에 선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길손은, 숨겨져 있던 순천만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대한민국 생태도시, 세계5대 연안습지 그리고 철새의 낙원.

이것들은 모두 순천만을 두고 하는 대명사다. 거기에 사진동호회 출사지 5위안에 드는 활홀한 S자 물길의 낙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절로 일으키는 장관의 풍경이 된다. 붉은빛 노을과 잔잔히 흘러가는 강줄기위로 부드럽게 퍼져 나가는 황금빛 물결의 일렁거림은 어느 누가 카메라를 들이댄다 하여도 작품으로 남게 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한 곳, 그러한 자리를 벌써 세번째 찿는다.

순천만으로 달려 가는 시간

어이없게도 차창의 뒤로는 이미 해가 서산을 넘어 가고 있다. 꼴까닥 거리며 넘어가는 그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예까지 와서 그냥 돌아간다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가던길, 그대로 달려 어둑한 순천만의 주차장에 닿는다.

 

약속된 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 극장의 공연과도 같은 순천만,

시간이 지나 공연이 끝나게 되면 관객들은 극장을 썰물같이 빠져 나온다. 그리고 텅 빈 공간, 혼자의 먹소리와 발걸음도 울림으로 느껴질만한 공간 속을 걸어 본다. 어둠, 그 친근한 어둠은 길을 나서 찿은 이에게 천천히 즐기라고 알려준다. 자연에 순응하며 배움에 아깝지 않은 것이 아름다움을 만나는 예(禮)라 가르친다. 그것은 밤도, 낮도, 해넘이도, 해오름도 모두 해당이 되는 것이다. 순식간의 사람들은 한꺼번에 몰려 빠져 나가는 동안 거꾸로 거슬러 오른다. 전망대가지의 욕심을 버린지는 오래다. 어둠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갈대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담고자 재촉 하던길, 문득 고개를 들었다.

 

"아~!"

산등성이 위로 하얗게 솟아 오르는 보름달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는다.

마치, 영화가 끝난 후의 앤딩의 모습이다. 극이 끝나고 극의 앤딩이 되는 자막들이 올라가는 동안 극장에 불이 켜지면 모두가 일어나 나오듯 사람들의 등 뒤로 나타난 것이다. 거꾸로 향하던 길손의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저 혼자만의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갈대밭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서둘러 망원 렌즈로 바꾼다. 순천만의 또 다른 모습, 낙조 유명지에서 월출을 만날것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뷰파인더속의 달을 만난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뒤를 돌아 보며 "어~? 달봐~!", "아, 저걸 찍는거구나~"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이내, 모두가 뒤로 돌아서는 장관을 연출한다. 관객들 모두 극장을 나서다가 극의 NG장면을 만나듯 뒤로 가던길을 멈춰 선다.

 

어디서나 만나는 달이건만,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 아니던가,

비록, 맑은 하늘에서 밝게 빛이 나지 않았지만, 흐린 연무에 가려지고 흐릿한 조망을 보여 준 대보름 달이었지만, 순천만에서 만난 대보름달은 또 다른 느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밝음이 지나치면 주위의 풍광은 어두워질세라 달은 그렇게 흐릿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보다. 너무 맑음을 보이면 쉬려 하는 갈대들이 놀랄세라 달은 그렇게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는가 보다. 해오름과 마찬가지로 달오름은 그렇게 빨리도 오른다. 산능선에 빼꼼히 내밀던 모습에서 어느덪 제 모습을 갖춘 어여쁜 금빛의 모습으로 치장을 하고 길손을 마주한다. 아주 가까이, 아주 조용히, 그렇게 소란스러움 없이 조용히 떠 오른 월출에 한참을 그 자리에 선다.

 

먼 길을 나선 수고로움이 아쉬워 찿은 순천만,

그리고는 생각지 못했던 순천만의 달오름을 만나는 행운, 잊고 있었던 정월 대보름의 달맞이를 이렇게 순천만에서 만나게 된다.

그제서야, 주머니 속의 땅콩과 호두가 들었음을 알고 다시 어루만져 보며 그 고소함을 느껴본다.

 

 

 

 

 

 

 

 

 

 

 

 

 

 

 

 

 

 

by 박수동

 

출처 : 당사랑[당신사랑]
글쓴이 : 길손旅客 원글보기
메모 :